[시조가 있는 아침] 땀은 듣는대로 듣고 -위백규(1727∼1798)
땀은 듣는대로 듣고 볕은 쬘대로 쬔다 청풍의 옷깃 열고 긴 파람 흘리 불 제 어디서 길가는 손님이 아는 듯이 머무는고 -삼족당가첩(三足堂歌帖) 바른 말 바른 글은 쉽지 않다(고딕으로 처리) 무더운 여름도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땀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볕은 쬘 대로 쬔다. 맑은 바람에 옷깃을 열고 휘파람을 길게 흘려 불 때, 어디서 길가는 손님이 아는 듯이 멈추는구나. 이 시조는 땡볕 아래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의 건강한 노동을 그리고 있다. 위백규(魏伯珪)는 시골에서 일생을 보냈다. 1765년 생원복시에 합격했으나 과거에 대한 뜻을 접고 자영농업적인 생활로 들어갔다. 사회 현실의 모순을 비판하고 향촌 사회의 자율성을 모색했다. 따라서 이 시조는 그의 일상 모습을 그린 생생한 생활시다. 1796년, 그의 저술을 본 정조의 요청에 의해 백성의 실상과 그 해결책을 논한 ‘만언봉사’를 올렸다. 정조는 그를 옥과현감에 임명했는데 그의 나이 68세 때였다. 승지 윤숙 등은 이 글이 사투리를 마구 써서 임금의 귀를 더럽혔다고 성토했고, 고과에서 최하등을 받게 되었다. 그는 사직상소를 올렸으나 정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중앙에 자리가 나는 대로 올리도록 하라”고 명했다. 왕의 이런 배려에도 중풍이 악화돼 정조 22년 세상을 떠났다. 예나 지금이나 바른 말을 하고 바른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향촌 사회 사회 현실 땡볕 아래